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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2022년 대한민국에서 젊은 변호사로 살아간다는 것
    카테고리 없음 2022. 9. 1. 18:43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 

    구이변씀

    하고 있었던 법학 공부가 꽤 잘 맞다고 생각했다. 법의 여러부분을 다 알고 싶었다. 방대한 법의 세계를 전부 정복하고, 누가 뭔가를 물어보면 바로 대답해줄 수 있는 - 논스톱 시리즈의 '고시생' 앤디를 기억하는가 -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. 그래서 나는 대학원에 가기로 결심했다.

     

    로스쿨, 이름만으로도 있어보이지 않는가? 사법시험이라는 한자보다 훨씬 마음에 들었다.

    3년간 로스쿨을 준비했다. 로스쿨에 진학하고 나서 변호사시험에 열중했고, 큰 고비 없이 시험에 합격했다.

    쓸데없는 것들을 외우기만 하고, 그것들을 테스트했던 로스쿨 내신시험은 조금 험난했을지라도 - 공부하기 싫다는 말을 입에달고 살았다 -

    변호사시험 자체는 날 그렇게까지 괴롭게 하지는 않았다.

    변호사시험을 위해 공부해야하는 양을 완벽하게 체득할 시간이 없는 환경에 대해서 조금 기분이 상했을 뿐,

    변호사시험에 합격하지 못할까봐 진지하게 걱정해본적은 (단언컨대) 단 한 순간도 없었다.

    어떻게 보면 당연하게도 합격했고,

    점수는 꽤 고득점이었지만, 성적에 자신만만해하던 나에게는 조금 실망스러운 점수였다.

    점수를 올리기 위해서 다시 변호사 시험을 치루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었다. 자신감이 극에 차올랐을 때였다.

    남들 다 끙끙대는 시험을 별다른 스트레스 없이 성공적으로 치뤄낸 나자신에 취해갈 때쯤

    취업시기가 다가왔고, 나는 그제서야 '직업으로서의 변호사'가 어떤 것인지 마주했다.

    내가 (젊은) 변호사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은 다음과 같다.

    • 어디서 직업을 밝히기가 곤란하다. 변호사라고 하는 것 자체로 나를 좀 다르게 볼 뿐더러, 그 때부터는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. 비유하자면, 대학 이름과 과가 적혀있는 과잠을 입고 2시간에 걸쳐 지하철을 타고 등교하는 기분이다. - 어르신들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착한 학생이 되어야 한다
    • 변호사가 되면, 내 직업과 관계없는 사람들도 내 직업을 알게 된 이상 나를 '변호사님'이라고 부른다. 집주인 양반도, 공인중개사 아저씨도 나를 '401호에 사는 아가씨'라고 부르지 않는다.
    • 내가 변호사라는 것 자체로 나를 대접하는 사람들이 많다. 그래서 좀 기분이 이상하다. 마치 금수저로 태어난 사람들이 주변 친구들이 자기자신을 원해서 친구가 된 것인지, 자신의 돈을 보고 친구가 된 것인지 헷갈려하는 것 처럼, 딱 그런 기분이다.
    • 부모님의 자랑이 된다. 합격한 그 순간, 이름도 알 수 없는 사돈의 팔촌부터 전화가 온다. 내가 아니라 부모님에게 온다. 어른들에게 변호사는 아직도 대단한 직업이다.
    • 그러나 (현재의) 변호사는 생각보다 명예롭거나, 생각보다 부유하지 않다.
    • 생각보다 부유하지 않은데, 품위유지는 해야한다. 생각보다 돈을 모을 수 없다.
    • 의뢰인들이 나에게 욕설이나 반말은 안하지만 본질은 콜센터와 같다.
    • 법조계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의 을이다.
    • 생각보다 더러운 일이 많다.
    • 생각보다 고상하게 일하지 않는다. - 영업직 다음으로 출장을 많이다니는 직업이며, 고성을 지르며 싸우는 경우도 흔하다.-
    • 이직이 (아주) 잦다.
    • 변호사 면허를 한 번 더 따는 수준의 노력 없이는, 미래가 없다.
    • 변호사의 월급은 변호사 면허를 따기까지 나의 고생을 치하하는 대가가 아니라, 그 달에 수많은 사람들과 싸우며 생긴 스트레스의 값이다.
    • (이건 비밀이라 작게 말한다. 변호사들은 대부분 전부 또라이다. 곱게 말하면 모두 정신건강의학적 질환이 있거나, 그 가능성이 높다.)

    요약하면, 변호사의 장점은 1. (아주 빨리 변호사가 된다는 전제하에) 또래 친구들보다 약간 높은 임금 2. 아주 약간남은 명예- 어른들에게는 극진한 대접- 3. 친척어른들의 칭찬, 부모님이 걱정안한다 정도

    단점은..... 그렇다고 할 수 있다.

    어째 대학생 때보다 진로고민을 더 많이하는 요즘이다.

    세상이 원하는 모범적인 사회구성원의 모습에 크게 엇나가지 않게 박자맞춰 살아왔는데,

    아직까지도 고민해야하고,

    아무것도 보장된게 없다니,

    어째 좀 억울하다.

     

    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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